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미국 국채를 사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1코인 = 1달러" 상환 약속을 지키려면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안전자산이 필요한데, 그 조건을 가장 잘 충족하면서 이자 수익까지 안겨 주는 자산이 단기 미국 국채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테더의 국채 보유 규모, 발행사의 수익 모델, GENIUS Act가 만든 제도적 배경, 그리고 이 매입 행렬이 달러 패권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차례로 정리합니다.
준비금 구조 — "1달러 약속"의 뒷면
스테이블코인은 코인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입니다. 가격이 저절로 고정되는 마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발행사가 유통량에 상응하는 자산을 준비금(reserve)으로 쌓아 두고 "언제든 1달러로 바꿔 주겠다"고 약속하는 구조입니다. 기본 원리가 처음이라면 스테이블코인이란? 종류·원리 총정리를 먼저 읽어 보시면 좋습니다.
핵심 질문은 준비금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입니다. 현금만 쌓아 두면 안전하지만 수익이 없고, 위험자산을 담으면 수익은 나지만 상환 요청이 몰릴 때 버티기 어렵습니다. 이 딜레마의 균형점으로 자리 잡은 자산이 만기가 짧은 미국 단기 국채(T-bill)입니다.
| 준비금 자산 유형 | 안전성 | 유동성 | 수익성 | 비고 |
|---|---|---|---|---|
| 현금·은행예금 | 높음 | 매우 높음 | 낮음 | 예치 은행의 파산 리스크는 별도로 존재 |
| 단기 미국 국채 | 매우 높음 | 매우 높음 | 중간 | 준비금 운용의 사실상 표준 |
| 레포·MMF | 높음 | 높음 | 중간 | 국채를 담보로 한 간접 노출 |
| 회사채·대출·코인 등 | 낮음~중간 | 변동 큼 | 높음 | 주요국 규제에서 제한되는 추세 |
레포(환매조건부채권)는 국채를 담보로 잡고 초단기로 자금을 빌려주는 거래이고, MMF(머니마켓펀드)는 단기 국공채 위주로 운용되는 펀드입니다. 이름은 달라도 어느 경로든 담보와 투자 대상의 종착지는 미국 단기 국채로 수렴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커질수록 미국 국채 수요가 커지는 구조가 여기서 나옵니다.
테더의 국채 보유 규모 — 2026년 2분기 기준
규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USDT 발행사 테더입니다. USDT가 어떤 코인인지는 USDT란? 테더 완전 정리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2026년 8월 초 공개된 테더의 2분기 검증 보고서(회계법인 BDO 검증) 기준 주요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총자산 약 1,877억 5,000만 달러, 부채 약 1,836억 4,000만 달러 (2026년 6월 30일 기준)
- 부채를 넘는 초과 준비금 약 41억 달러
- 직접 보유한 미국 국채 약 1,15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짐
- 2분기 순영업이익 약 15억 달러 — 대부분 국채 이자와 레포 수익에서 발생
- 이 밖에 비트코인 약 98,900 BTC, 금 146톤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
핵심: 테더 수익의 원천은 코인 판매 수수료가 아니라 준비금 이자입니다. 이용자가 맡긴 1달러로 국채를 사고, 그 이자는 발행사가 갖는 구조입니다. 이용자에게는 이자가 지급되지 않습니다.
한 분기 영업이익 15억 달러는 준비금 규모와 금리 수준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바꿔 말하면 발행사 실적은 미국의 금리 사이클에 크게 좌우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같은 규모의 준비금에서 나오는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함께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가와 비교하면 — 한국보다 많은 보유량
테더는 2025년 3분기 검증 보고서에서 직·간접을 합친 미 국채 노출이 약 1,350억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고, 외신들은 이를 국가별 보유량 순위에 대입하면 17위권으로 한국을 앞선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재무부 집계 기준 주요 보유국과 나란히 놓으면 규모감이 잡힙니다.
| 보유 주체 | 미 국채 보유(노출) 규모 | 기준 시점 |
|---|---|---|
| 일본 (해외 보유 1위) | 약 1조 1,431억 달러 | 2026년 5월 |
| 영국 | 약 9,486억 달러 | 2026년 5월 |
| 중국 | 약 6,593억 달러 | 2026년 5월 |
| 테더 (직접+간접 합산) | 약 1,350억 달러 | 2025년 3분기 발표 |
기준 시점이 서로 달라 정밀한 비교라기보다는 규모의 자릿수를 보는 표입니다. 그래도 한 민간 기업의 국채 노출이 웬만한 중견 국가의 보유량을 넘어섰다는 사실 자체가,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매수 주체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GENIUS Act — 국채 매입을 제도로 굳히다
이 구조를 개별 회사의 선택에서 제도적 요구사항으로 바꾼 것이 2025년 미국에서 통과된 GENIUS Act입니다. 이 법은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유통량과 1:1로 대응하는 준비금을 요구하면서, 그 구성 자산을 현금과 만기가 짧은 미국 국채, 국채 담보 레포 등 고유동성 안전자산으로 제한하는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상세 내용은 미국 GENIUS Act 총정리에서 다룹니다.
결과적으로 이 법은 "스테이블코인이 커지면 미 단기 국채 수요도 커진다"는 연결 고리를 법으로 못 박은 셈입니다. 실제로 법 통과 이후 스테이블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3,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6년 8월 현재도 집계 기관에 따라 2,900억~3,100억 달러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USDT 한 종목의 시가총액이 1,800억 달러대로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 구조는 테더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위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 역시 준비금 대부분을 단기 국채와 국채 담보 레포 중심의 전용 펀드로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발행사가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준비금 운용 방식은 오히려 국채 중심으로 더 비슷해지는 모습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을 "블록체인 위에 올라간 초단기 국채 펀드"에 비유하는 표현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정리: 규제가 강해질수록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은 국채로 더 쏠립니다. 제도권 진입과 국채 매입은 같은 방향의 힘입니다.
달러 패권과 컴퓨트달러 루프
스테이블코인의 국채 매입을 더 큰 그림에서 읽는 시각도 있습니다. 2026년 7월 말부터 해외 칼럼을 통해 확산된 이른바 컴퓨트달러(Compute Dollar)론입니다. 에너지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AI 연산 능력(컴퓨트)을 만들고, AI 에이전트의 자동 결제가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키우고, 그 준비금이 미국 국채 매입으로 이어져 달러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순환 구조입니다. 개념 전체는 컴퓨트달러란? 페트로달러 다음의 달러 패권에서 정리했습니다.
이 시각에서 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국채 매입은 단순한 자산 운용이 아니라, 페트로달러 시대에 산유국이 오일머니로 미 국채를 사들이던 역할의 디지털 버전이라는 해석이 됩니다. 다만 페트로달러가 정부 간 합의로 굳어진 반면, 이번 구조는 발행사·클라우드 기업·AI 기업의 상업적 결정들이 쌓여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구조에 대한 해석이며, 향후 전개를 보장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 독자 입장에서 이 논의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사고파는 USDT의 뒤에는 미국 단기 국채가 놓여 있고, 그 국채의 금리·수급 환경이 발행사의 건전성과 스테이블코인 신뢰도로 이어지는 사슬이 존재합니다. 표면적으로는 "1달러짜리 코인"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재정·통화 환경과 연결된 자산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스크 — 이 구조가 흔들리는 3가지 경우
대량 상환(런) 리스크
은행의 뱅크런처럼, 상환 요청이 한꺼번에 몰리면 발행사는 준비금 자산을 급히 팔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1달러 고정이 일시적으로 깨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됩니다. 실제로 2022년 시장 급락기에 USDT가 일시 디페깅된 사례가 있습니다. 자세한 경과는 테더 디페깅 사례 정리를 참고하세요.
금리 사이클 리스크
발행사 수익이 국채 이자에 묶여 있는 만큼, 미국 금리가 낮아지는 국면에서는 수익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수익 축소가 준비금 운용의 위험 선호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와, 규제가 이를 제한할 것이라는 반론이 함께 존재합니다.
단기물 쏠림과 시장 영향
스테이블코인 자금이 단기 국채에 집중되면, 대규모 상환이 발생할 때 단기 금리 시장에 변동성이 전이될 수 있다는 연구 기관들의 지적이 있습니다. 반면 미국 국채 전체 시장 규모에 비하면 스테이블코인 보유분은 아직 일부여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양쪽 모두 규모가 더 커졌을 때를 대비한 논의라는 점은 같습니다.
주의: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특정 코인의 매수·매도 판단 근거로 사용될 수 없으며, 본문 수치는 각 발표 시점 기준으로 이후 변동될 수 있습니다.
출처·참고
- Tether, 「Q2 2026 Attestation Report」(BDO 검증), 2026년 8월
- Tether, 「Q1–Q3 2025 Attestation — 미 국채 노출 사상 최고 발표」, 2025년 하반기
- Cointelegraph, 「Tether Reports $1.5B Q2 Profit as Reserve Surplus Tops $4.1B」, 2026년 8월
- Yahoo Finance, 「Stablecoin Giant Tether Now Holds More US Treasuries Than South Korea and UAE」, 2025년
- 글로벌이코노믹, 「미 국채 이자 잭팟… 테더 2분기 영업익 15억 달러」, 2026년 8월
- EBC Financial Group, 「미국 국채 보유국 순위」(미 재무부 TIC 데이터 정리), 2026년
-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집계: StableCoin.com·Transak 등 트래커, 2026년 8월 조회
자주 묻는 질문
테더는 미국 국채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나요?
2026년 8월 공개된 2분기 검증 보고서 기준으로 직접 보유한 미국 국채가 약 1,15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레포 등 간접 노출까지 합치면 규모는 더 커지며, 2025년 3분기에는 합산 약 1,350억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왜 하필 미국 국채를 사나요?
1코인당 1달러 상환 약속을 지키려면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준비금을 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기 미국 국채는 안전성과 유동성이 매우 높으면서 이자 수익까지 나오는 자산이라 준비금 운용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국채 매입은 달러 패권과 무슨 관계인가요?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늘수록 미국 단기 국채의 구조적 매수 주체가 커져 달러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AI 에이전트 결제 수요까지 이어 붙여 이 구조를 페트로달러에 빗댄 컴퓨트달러론으로 설명하는 논의도 있습니다.
국채로 준비금을 채우면 디페깅 위험은 없나요?
상환 요청이 한꺼번에 몰리면 자산을 급히 처분해야 해 일시적으로 1달러 고정이 깨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USDT가 일시 디페깅된 사례가 있으며, 그래서 각국 규제는 단기물 중심의 고유동성 준비금 구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비되고 있습니다.